내년부터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18일 서울에서 열렸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규모를 놓고 양측이 상당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정부·여당에서는 협상 타결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각각 이끄는 한·미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비공개 협상을 벌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 후 “오늘은 각자 입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내세우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회의는 19일까지 진행된다.
앞서 미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난데없이’ 제시한 숫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 정부 당국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금액은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량인 50억 달러(약 5조8200억원)에 달한다.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및 역외훈련 비용 등을 모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SMA에서 다뤄온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항목에서 크게 벗어난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해당 지역의 안보 역동성 변화에 따라 관계도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SMA의 성격도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 측은 기존 SMA 틀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액 규모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액수는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고 국회 비준도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말 종료되는 10차 SMA를 1년 연장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한·미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 실현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연내 협상 미타결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정부가 연내 협상 미타결 시 미국 정부가 보일 반응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구했다고 들었다”며 “미국도 한국 내 이런 기류를 어느 정도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정부로서는 나쁠 게 없다. 내년부터 미국과 방위비 협상에 들어가는 일본과 ‘뜻밖의 공동전선’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이날 부인하긴 했지만,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미국이 일본에 현 수준의 약 4배인 80억 달러(약 9조3100억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협상이 내년까지 미뤄진다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상대하게 돼 부담이 클 것이고,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미타결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내 타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11차 SMA 협상은 10차 SMA 만료 이전에 타결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