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강화 없이는 한국야구 미래도 없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에는 성공했지만 아시아권 국가인 대만·일본전 3연패라는 수모를 당하는 등 양면적인 결과를 남겼다. 특히 일본과의 2연전에서는 수비 주루 타격 투구 등 모든 면에서 기본기가 모자란 모습이 노출됐다. 이를 보완하지 않고서는 야구의 ‘극일’ 및 올림픽 2연패의 여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전은 한국야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16일 열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이 6-7로 추격한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3루 주자 이정후가 타구 판단 실수로 홈에서 아웃됐다. 3루 주자가 플라이볼이 나올 경우 타구 상황을 본 뒤 뛰어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한 태도였다. 앞서 3회말에는 선발 이승호가 무사 2루에서 상대의 희생번트 때 수비를 안일하게 하다 어처구니없이 타자를 살려보냈다.
17일 결승전에서는 3-4로 뒤진 후 찬스가 날 때마다 주루사를 범해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3회초 무사 1루 주자 김하성이 김재환의 플라이 때 무리하게 2루로 뛰다가 아웃됐다. 5회초 김상수도 무사에 1루를 밟았지만 김하성의 헛스윙 삼진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했다. 또 이날 나온 김현수의 몇몇 어설픈 펜스플레이는 “과연 프로가 맞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타자들과 투수 역시 파워만 앞세웠을 뿐 세밀함이 현저히 부족했다. 부동의 4번타자 박병호는 홈런 없이 타율 0.179에 2타점으로 부진했다. 주로 3번과 5번으로 나선 김재환도 타율 0.160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제1 선발 양현종은 결승전에서 3이닝 동안 75구나 던지며 일본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완패했다. 투타 에이스들이 물꼬를 터야함에도 상대를 전혀 압박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20대 초중반 일부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쟁력을 보인 점이다. 이정후(21)와 김하성(24)은 각각 타율 0.385에 4타점, 0.333 1홈런 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선발된 강백호(20) 또한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도 날카로운 타구를 생산했다. 계투진으로 주로 나온 이영하(22)와 조상우(25) 역시 한국 마운드의 미래로 손색이 없었다.
물론 이들 역시 많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 기본기를 닦으면서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극복해야 한다. 김하성을 제외하고는 젊은 야수들의 수비력에 여전히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팬들에게 비판받은 거포 박병호와 김재환을 강백호가 확실히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10년간 대표팀 마운드를 짊어진 양현종과 김광현의 바통을 이어받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등판, 3자책점 이하)형 선발투수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야구의 중흥을 이끈 세대들이 서서히 퇴장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세대교체의 중요성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 올림픽에서는 모든 참가국들이 이번 대회의 일본, 대만처럼 전 챔피언인 한국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며 나올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국야구의 앞날이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