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호명하며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 ‘위원장(Mr. Chairman)’이라는 호칭을 씀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일대일 메시지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압박했고, ‘곧 보자’는 인사말로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적극 강조했다.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핵 협상이 진전될 경우 북한에 취해질 상응 조치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는 지난달 스웨덴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트윗은 한·미 국방장관이 이달 예정됐던 연합 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발표한 지 10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이 그간 강하게 반발해온 연합훈련을 선뜻 유예해준 ‘선의’를 생색내기 위한 의도가 강해 보인다. 의회 탄핵 조사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든 북한은 선의를 앞세운 미국의 제의에 긍정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그간 외무성 순회대사에다 국무위 대변인까지 등단시켜 연합 공중훈련을 맹비난했었으니 이제 훈련 연기에 화답하는 게 상식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의를 과시하는데 어깃장만 놓다가 대화 복원력이 훼손될 지경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북한 인권결의안 따위의 시빗거리만 찾다가 자칫 대화 시점을 실기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쇠는 달궈졌을 때 쳐야 하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탄핵 위기로 몰리는 현 시점은 북한으로서는 호기일 것이다. 이런 기회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즉흥적이고, 직설적인 만큼 분위기가 바뀔 수 있고 이 경우 냉각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견하기 어렵다. 비핵화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합의가 미흡하고 성과가 빈약하더라도 만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사설] 北, 트럼프의 대화 제의에 어깃장 놓지 말아야
입력 2019-11-1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