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정부는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지소미아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소미아를 유지하라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에서 미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청와대 내부 기류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일본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유예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일 간의 문제는 양국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소미아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은 확고하다”며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갈등의 해법을 찾을 때까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청와대가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최근 한·일 관계를 점검했다. 외교 채널을 통한 양국 간 협의 방향도 논의했다. 정 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이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8일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아직은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와 지소미아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밝힌 상황에서 우리가 지소미아를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차례 강조해온 대일(對日) 방침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5일 도쿄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오는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마지막 타협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현재로선 지소미아가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22일까지 최대한 일본, 미국과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21일이나 22일 NSC를 소집해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