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내에 게시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현수막 등을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잇달아 훼손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6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을 마련했다. 그러자 중국 유학생들은 “홍콩은 영원히 중국 땅” 등의 글귀로 훼손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녀 2명은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들이 내건 ‘Fre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등의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했다. 한양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놓고 훼손하려는 중국 학생 40여명과 이를 지키려는 한국 학생들이 4시간 동안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인과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바탕이 됐을 그들의 ‘애국심’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여기는 한국 영토이며 자신들은 외국인으로 잠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유학생도 중국과 관련한 한국 사회의 움직임이나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등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인의 표현 자유를 억압하고 훼손하고 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중국인들의 이런 행동이 처음이 아니기에 우리는 더욱 경계하고 분노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서울 시내는 중국인의 폭력으로 난장판이 됐다. 중국의 티베트 탄압 등에 항의하는 한국 국민에게 중국인 수천명이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경찰까지 부상했다.
이러한 행동의 심리적 바탕이 편협한 민족주의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일본도 한국도 이러한 부정적 집단심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일본인과 한국인은 타국에서 이러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중국인들이 유독 한국에서 국제 규범에 벗어난 행동을 거듭하는 건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중국인의 오만한 대한(對韓) 인식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에서 잘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코리아’는 중국의 일부였다.” 경찰은 현수막 무단 훼손 등 불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사설] 한국 대학생의 홍콩 지지 글 훼손하는 중국인들의 오만
입력 2019-11-1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