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총리 동생 근무하는 기업 회장이라 사열케 했나

입력 2019-11-15 04:02
육군 30기계화 보병사단이 부대를 방문한 기업 회장에게 장병들을 사열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부대를 방문해 사단장과 함께 오픈카를 타고 장병들을 사열했다. 별 두 개 달린 베레모를 쓰고 장병들에게 훈시까지 했다. 우 회장이 명예사단장이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이쯤 되면 누가 진짜 사단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사열은 부대의 준비태세 등을 검열하는 의식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지휘계통에 있는 소수의 지휘관만이 할 수 있다. 우 회장이 방문한 12일은 매월 한 번 국기게양식 행사가 열리는 날이자 명예사단장으로 위촉된 지 1년 되는 날이었다고 한다. 이에 30사단 측이 감사의 표시로 사열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군과 주한미군 장병 후원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우 회장을 명예사단장으로 위촉한 것을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간인에게 부대를 사열토록 한 것은 과도한 예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 회장이기에 더 그렇다.

SM그룹은 우 회장이 1988년 광주광역시에서 창업한 삼라건설이 모태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 해운사와 삼환기업, 경남기업 등 건설사는 물론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등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다. SM그룹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이 각각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어서다. 권력과 특수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우 회장이 문재인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 순방과 각종 청와대 행사에 자주 초청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사열 행사를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석연찮은 점이 없지 않다. 대통령 주변 인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걱정된다.

군 당국은 민간인 명예사단장의 사열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과도했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민간인 띄워주기 행사에 동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