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위 인사들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을 위한 압박 전선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압박 수위는 ‘주한미군사령관→미 합참의장→미 국방장관’ 순으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12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고 더 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원되는 군사건설 비용이 주한미군 준비태세를 향상시키는 시설을 만드는 데 쓰인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돈(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바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나에게 (그 돈이)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일 지소미아에 대해 “정보공유협정의 근본적 원칙은 한·일 양국이 역사적인 차이를 뒤로하고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공유협정이 없다면 우리는 그만큼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바통을 넘겨받은 듯 13일 방한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강한 어조로 지소미아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밀리 의장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에 관해 “중국과 북한이 이득을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4일 방한할 예정이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각각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이다. 이들 회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비롯한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회의에선 미국 측이 방위비나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는 식의 압박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미 국무부 당국자들에 이은 군 고위 인사들의 연쇄 압박은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가 오는 23일 0시에 종료 예정인 점을 감안해 최대의 압박을 펴고 있는 모양새다. 군 일각에서는 한·미 간 입장차가 한·미동맹 균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문재인정부 임기 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작권 전환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임기 내 전환을 추진했던 한국 정부와의 시각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