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투입해 노인·임시 일자리만… 통계 착시 경계해야

입력 2019-11-14 04:02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고용동향 통계에 대해 “고용시장의 뚜렷한 회복세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했다.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만9000명 늘었고,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도 67.3%로 0.5%포인트 높아졌다. 실업률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경제의 중심축인 30~40대 취업이 급감하는 대신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급증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새로 만들어지는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재정을 투입해 만든 임시직이다. 그리고 산업별로도 제조업 도소매업 금융업 등 정규직 비중이 높고 양질인 일자리는 뭉텅이로 줄어들고, 그 공백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재정 투입 비중이 높은 일자리가 채웠다.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고용 회복세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 통계 착시다. 무엇보다 지난달 늘어난 전체 취업자(41만9000명)와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41만7000명)이 거의 똑같다는 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일자리 질의 악화는 주당 근무시간이 36시간 미만으로 짧은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59만9000명(13.6%) 늘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8만8000명(0.8%) 감소한 데서 곧바로 알 수 있다. 특히 1~17시간 초단기 근로자는 33만9000명이나 늘었다. 몇 달째 이어지는 이런 일자리 양극화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것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커녕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10월에도 8만명 줄어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0대(-5만명)와 40대(-14만6000명)는 25개월째 동반 감소세다. 인구 감소를 고려해도 고용 대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현실에 맞는다.

그나마 2년간 모든 재정 여력을 투입한 결과가 이렇다. 내년부터는 세수 감소 폭이 커질 것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쳐 내년 4월부터 고용이 더 가파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정부가 고용 회복 운운할 때가 아니다.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상식으로 돌아가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