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우리공화당 등 보수 세력이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완전 통합된 보수 야당이 나설지, 일부분 통합된 보수 야당이 나설지, 아니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설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이 상태로 여당과 싸운다면 절대 불리하니, 보수 야당 새판짜기는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 인정하는데 논의는 지지부진이다.
이유는 자기 또는 자기편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서다. 말로는 개혁이니 혁신이니 뼈를 깎는 자성이니 외치지만, 기저에는 결국 나의 국회의원직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밥그릇과 기득권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보수의 정신은 헌신과 품격이다. 정권이 이렇게 무능하면 야당이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릴만한데, 우리 보수는 이 덕목이 부족해 그렇지 못하다. 거기에 비판과 반대만 할 줄 알지 국정에 대한 책임성도 부족하다. 이게 한국 보수의 현실이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12일 “보수는 품격이다. 품위 있는 퇴장을 함으로써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우파 정치세력이 이렇게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보수가 지금의 위기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성찰이 없고, 이후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급들은 그것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 한 번 더하겠다고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통합에도 걸림돌이 되고 보수의 품격에도 먹칠하는 행위다.
지금 보수의 중진급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금배지 다는 것이 아니다. 품격 있는 보수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보수 정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거대한 정신적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보수 야당을 재건하는 지름길이고, 그래야 중도층이 되돌아 본다. 외연확장 없는, 중도층을 잡지 못하는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밥그릇을 위한 세 규합일 뿐이다. 보수 통합, 하더라도 품격 있게 하라.
[사설] 보수 통합, 품격 있게 하라
입력 2019-11-1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