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원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와 마식령스키장지구,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등 ‘동해안 관광벨트’ 조성·완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2020년을 두 달여 앞두고 주민들에게 보일 성과가 절실해서다. 최근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전면 철수 요구도 동해안 관광벨트 조성과 연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일부는 11일 ‘북한의 주요 관광지 개발 동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은 경제건설 총력 노선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대상건설사업’(당·내각 주도 중요 건설사업) 완공에 주력할 전망”이라며 “특히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종료 시한과 당 창건 75주년 등을 앞두고 경제 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관광 자체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어서 동해안 관광벨트를 조성해 수익을 얻겠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만명으로 이 중 중국인이 90%였다.
정부는 지난달 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수 요구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가 동해안(관광벨트)과 연관돼 있느냐’는 물음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원산과 갈마, 마식령, 양덕군, 금강산을 하나로 묶은 국제관광지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건설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광지구 조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제재 국면이기에 자재를 제때 수급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 시점은 올해 4월에서 10월로 또 내년 4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이 2020년 10월로 연기됐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오는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 등에 참석한다. 김 장관이 방미 기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논의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