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떠오른 공정을 제외하면 혁신과 포용, 평화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책 기조다. 문 대통령이 향후 큰 폭의 정책 수정 없이 경제와 사회, 남북 관계 분야에서 기존 정책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새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앞으로 남은 절반의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며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야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며 문 대통령이 주요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과거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전환의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드린 불편함이나 고통도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며 “그 길을 지난 2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려온 결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이) 많이 흔들려서 다시 뒤로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도 있지만 일관성을 갖지 않고 ‘갈지(之)자’ 행보를 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며 “반드시 정책을 성공시켜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정(제도 내 특권과 불공정 개선)과 혁신(우리의 미래 창출), 포용(심각한 양극화 해소), 평화(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일)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은 절반의 임기, 국민들께 더 낮고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격려와 질책 모두에 귀 기울이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국론 분열의 우려가 커진 만큼 임기 후반기에는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국민 통합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첫날인 지난 10일 여야 대표들과 만찬을 했다. 같은 날 청와대 ‘3실장’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반 국민 300명과 함께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