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주민 2명을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강제 북송한 것을 놓고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는데도 계속 얼버무리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 주민 2명은 판문점까지 안대로 눈을 가린 상태로 이송됐고, 안대를 벗은 뒤 자신들을 데려가려는 북한군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들이 북으로 끌려가 어떤 조치를 받을지는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반인도적인 처사다.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은 “죽음이 도사리는 베를린 장벽 저 너머로 되돌려보내는 것과 같다”며 “한국 정부는 난민에 대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매우 나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국제연대 영국-북한 공동체는 성명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된 2명에 대한 구타·고문·총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고문 등이 일상화된 북한의 사법제도를 적법하다고 용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북송하기 전에 충분히 조사를 하고 관계부처 간 조율을 거쳐야 했지만 뭔가에 쫓기듯이 비밀리에 군사작전을 하듯 서둘러 북한군에게 넘겼다. 정부는 청와대 안보실과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소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장관인 국방부 장관마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소통했다는 것인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중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관련 내용을 직보했다. 정부 내 보고 및 지휘 체계나 의사결정 체계가 엉망이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 콩가루 정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 2명이 길이 15m의 17t급 오징어잡이 목선에서 16명을 둔기로 살해했다는 정부 측 설명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흉악범이어서 북송했다고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보안을 유지해야 할 군사기밀 사항도 아니다. 이번 일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정부는 계속 숨겼을 지도 모른다. 정부가 혹시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앞세워 이런 일을 덮으려 한다면 오산이다. 정부는 매사에 북한에 쩔쩔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
[사설] 북한주민 추방 진상 소상히 밝혀야
입력 2019-11-12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