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발생해 차량 안으로 유입되는 소음을 크게 줄여주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산학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이룬 쾌거다.
현대차그룹은 RANC의 핵심 기술인 센서 위치 및 신호 선정 방법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이달 말 출시되는 제네시스 신차부터 적용한다고 11일 밝혔다.
RANC는 반응이 빠른 가속도 센서가 노면에서 차로 전달되는 진동을 계측하면 DSP(Digital Signal Processor)라는 제어 컴퓨터가 소음의 유형과 크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를 생성해 오디오 시스템의 스피커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RANC용 마이크는 노면소음이 제대로 상쇄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DSP가 소음 저감 효과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기존의 수동적 소음 차단 방식은 차음재, 다이내믹 댐퍼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 무게가 늘어나 연비를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또 노면소음은 약 0.009초 만에 실내로 전달되는 데다 불규칙적이어서 이를 측정하고 분석한 뒤 상쇄 음파를 즉시 발생시켜 소음을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RANC는 소음을 분석해 반대 위상 음파를 발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0.002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6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RANC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선행개발 단계에서 KAIST와 번영, ARE, 위아컴 등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진행됐다. 양산 단계에서는 글로벌 차량 오디오 전문업체 하만과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RANC의 개발은 다양하고 불규칙한 노면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NVH(소음·진동) 저감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차는 파워트레인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면소음이 두드러지는데, RANC가 적용되면 정숙성을 높이는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NVH리서치랩의 이강덕 연구위원은 “RANC는 기존 NVH 저감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