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분담금·中 견제… 美, 서울 복판서 ‘3각 압박’

입력 2019-11-07 04:06
데이비드 스틸웰(맨 오른쪽)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키이스 크라크(왼쪽 두 번째) 국무부 경제성장 담당 차관,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 미국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6일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돌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와 함께 중국 견제가 핵심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동참도 요구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오전 청와대 서별관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70여분간 면담했다. 오후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김 차장과 만났다. 청와대는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틸웰 차관보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동맹이 동북아 안보에 있어 핵심축(linchpin)임을 누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앞서 스틸웰 차관보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연장 문제가 논의됐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에 정석환 국방정책실장을 만나기 위해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면서 ‘지소미아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오늘 환상적인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환상적인 논의’가 지소미아에 관한 것인지, 양국 현안 논의를 뭉뚱그려 표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한·일 갈등 문제에 관해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매우 고무됐다”며 “이는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주시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평가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까지 진행된 두 차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한반도 안보 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미군의 자산 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대표단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관련 이외의 비용은 절대 국회에서 비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방한한 미 국무부 인사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며 한·미가 지난 2일 방콕 외교차관보 회의에서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 간 협력 동향 설명서(Fact Sheet)를 언급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안보·환경담당 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의 접점 마련이 논의됐다. 5세대(5G) 통신망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전방위적 압박을 펼치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관련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임성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