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CDS 프리미엄이란 국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보험료 성격의 이자율이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을 안정적 투자처로 본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CDS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데는 4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5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지난달 말(30bp)보다 3bp 포인트 떨어진 27bp를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bp는 이자율을 뜻하는 단위로 1bp는 0.01%다. 국가부도 위험이 높을수록 CDS라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프리미엄은 높아지는 구조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699bp까지 치솟았었다. 현재 CDS 프리미엄의 25.8배에 이르는 수치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일본(21bp)이나 영국(25bp)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배경에는 크게 4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좋아진 대외 여건이 꼽힌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리 인상 우려가 옅어졌고, 지난달 11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통상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CDS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남북 관계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2017년 말 53bp였던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39bp까지 낮아졌다. 이런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국제 신용평가 등급이 최상위권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세 번째로 높은 AA, 피치는 네 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가위기 때 쓸 수 있는 실탄, 즉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말 4063억 달러에 이른 것도 힘을 보탠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규모다. 내수·수출에서 침체 국면이지만 ‘경제 기초체력’은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바탕이기도 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표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