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론이 분출되고 있다. 김태흠 의원이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공개적으로 쇄신론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쇄신론에 적극 동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초선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가 하면 당내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중진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으로 비쳐질 뿐 일단 물꼬가 터진 쇄신론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모두 참패했지만 성찰과 쇄신 없이 안주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조국 사태로 지지도가 상승했으나 조국 낙마 기념 표창장 수여, 패스트트랙 충돌 의원 공천 가산점 해프닝, 박찬주 전 대장 영입 시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지지율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엊그제 발족한 총선기획단도 당내 인사 중심이어서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당대표 등은 벌써부터 한국당 텃밭인 영남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의 쇄신론은 텃밭에 안주하려는 중진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선 의원임에도 “저부터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배수진을 친 뒤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젊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한국당 의원 109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3분의 1가량인 35명이나 된다. 이 중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은 절반 정도인 16명이다. 그런데 불출마 선언은 최다선인 6선 김무성 의원 1명뿐이다.
당 혁신을 가장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인적 쇄신이다. 인적 쇄신은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의 자기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거 개혁 공천으로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만 봐도 기득권 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총선에 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총선을 떠나 현재의 한국당 모습으로는 정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야당이 있을 때 정부여당도 오만에 빠지지 않고 국정 운영을 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한국당 쇄신 움직임이 큰 흐름을 형성하기 바란다.
[사설] 한국당 중진 용퇴론 일리 있다
입력 2019-11-0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