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때린 게 들어갔습니다.”
결정적인 기회와 마주했을 때 실패를 주저하지 않고 결과를 맺어야 하는 것이 ‘해결사’의 숙명이다. 그래서 원톱 스트라이커는 골 결정력 못지않은 강한 ‘멘털’이 요구된다.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공격수 최민서(17·포항제철고)는 공격력과 정신력을 두루 갖춘 골잡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8강 진출로 이어진 4경기에서 결승골로만 2득점을 기록했다. 6일(한국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 올림피쿠 경기장에서 앙골라와 가진 16강전에서 전반 33분 결승골을 터뜨려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최민서는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앙골라가 공격 기회를 엿보며 공을 돌릴 때 최민서는 전방 압박을 펼쳐 역습 기회를 가져왔다. 공을 잡은 오재혁(포항제철고)은 라이트윙 정상빈(매탄고)에게 패스를 찔렀다. 정상빈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때렸다.
슛은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이때 최민서는 튀어 나온 공 앞에서 몸을 바닥으로 눕히며 오른발을 높게 든 ‘시저스 킥’으로 앙골라의 골망을 흔들었다. 최민서는 이 골로 지난달 28일 아이티를 2대 1로 물리친 조별리그 C조 1차전 결승골을 포함해 대회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대표팀에서 2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최민서가 유일하다.
김정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성인 대표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4-2-3-1과 다르게 4-1-4-1 전술로 운영되는 U-17 대표팀에서 최민서는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고 있다. 2017년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부터 국가대표로 15경기를 뛰면서 6골을 누적한 최민서의 골 감각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대범해지는 결정력은 황의조(보르도)를 연상케 한다. 최민서도 황의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최민서는 경기를 마친 뒤 “정상빈이 슛할 때 2차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한 번 해보자’하며 과감하게 찼는데 운 좋게 득점이 됐다. 앞에서 열심히 뛰면서 기회를 잡으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며 “앞으로 모든 경기에서 잘하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U-17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고 1987년을 포함, 세 번째로 거둔 쾌거다. 한국은 일본과 멕시코의 16강전 승자와 오는 11일 오전 4강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