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담배 구입 괜찮나요?… 청년들 ‘구직수당 활용법’ 열공

입력 2019-11-06 04:07

“술집이라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으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전용카드 긁힙니다.”

“30만원 이하면 게임 결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수당 활용 노하우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에서 오가는 대화들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렇듯 지역별, 원하는 직종별로 대화방을 만들어 정부 지원금 수령 자격부터 사용 방법, 사후 증빙 요령 등 각종 ‘팁’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른바 ‘청년 수당’으로 불리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청년에게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지급 원칙이 있지만 지자체별로 사용 기준과 방법, 증빙 절차 등 세부 내용이 모두 다르다. 구직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와 14개 지자체가 운영하는 구직활동지원금과 관련된 정보공유 채팅방은 5일 현재 5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방 인원은 최대 280여명, 최소 2명으로 1대 1 대화만 하는 곳도 있다. 고용부 지원금 관련 채팅방은 수용인원을 넘어서 2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수급자 선정이 이뤄진 한 지자체의 지원금 관련 채팅방은 하루에 300개가 훌쩍 넘는 대화가 오갈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채팅방 종류 역시 고용부·지자체 등 지원금 지급 주체, 공무원·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생 등 수급자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오가는 대화들은 주로 구직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경찰, 소방 직종 준비생은 헬스장에서 지원금카드를 쓸 수 있다” “문제집은 영수증만으로 증빙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채팅방과 유튜브, 취업준비 커뮤니티에는 이런 지원금 사용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다.

반면 구직활동과 무관해 보이는 글들도 적지 않다. “편의점에서 담배 사는 것은 괜찮나” “친구들과 밥먹고 지원금 카드로 결제해도 되나” “시험 볼 때 시계가 필요한데 비싼 것 사도 되나” “지원금 카드로 기프티콘을 선물할 수 있나”는 내용들이다.

정부지원금이 취업 준비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데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고용부가 지난달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약 80%가 식비, 생필품 구입 등 생활비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질문이 올라오면 “담배는 안 되는 게 원칙이지만, 결제 내역은 편의점으로 뜨기 때문에 뭘 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기프티콘은 안 된다”는 등 각자 경험에 근거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용처에 대해 “진로 선택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구직 활동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게임회사 입사가 목표인 청년들에게는 게임 관련 콘텐츠가 필요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보고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직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게 오히려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원금 수령 후에는 구직활동 결과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여기에는 구직활동 세부내용과 증빙자료, 일시불 30만원 이상 사용에 대한 자료 첨부란이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매달 평균 9043명이 구직활동지원금을 받았고, 새학기가 시작된 지난 9월에는 1만109명이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