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 4종 세트’를 완성 단계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정부는 “태평양 지역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청와대는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은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는 남북 관계가 현재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인내심’을 강조했다.
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체 발사에 대해 “또 한 차례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연속사격 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 완벽성이 확증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과 9월에 이은 세 번째 시험사격을 통해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발사 및 비행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시험 때 17분이던 연속발사 간격이 이번에 3분으로 단축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기습적 타격으로 적의 집단 목표를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초대형 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을 제거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은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집중적으로 시험해온 ‘신형 단거리 4종 세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KN-23과 미국 에이태킴스(ATACMS)급 전술지대지미사일, 대구경 조종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가 수차례 성능 시험을 거쳐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차관보는 방사포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한다”면서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나머지 태평양 역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아주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도) 북한 못지않게,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리의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어려운 국면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운영위 소속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는데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간에 군사 긴장이 완화됐다고 말한다”며 “우리만 무장해제 됐다. 무슨 긴장 완화가 됐느냐”고 따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방사포 발사 이후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대북 항의 메시지와 함께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이 심해진 이후 안보 분야에서도 한국을 경시해오던 것을 감안하면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 만료 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승욱 심우삼 조성은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