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호시절 저무나… 아파트 전세가율 50%대로 ‘뚝’

입력 2019-10-31 21:22

주거보다는 투자 개념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유행이 전세가율 하락과 함께 저물고 있다. 정부 규제에 더해 집값 상승과 전셋값 안정이 맞물리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좁은 틈새를 노려 호황을 누렸던 갭투자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60%에 육박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1.8%포인트 낮아진 58.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1.7%)보다 강북(-1.9%)의 전세가율 하락세가 컸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하락폭이 가장 높은 곳은 헬리오시티 등 연말연초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졌던 강동구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강동구의 전세가율은 61.1% 수준이었으나, 9월에는 57.8%까지 하락했다. 이어 중랑구가 1월 71.1%에서 9월 67.9%로 하락했고, 서대문구도 65.7%에서 63.0%로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하락했다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낮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대적 비율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근의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매매가격 보합상태에서 전세가격이 떨어진 경우도 가능은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이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상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롯데캐슬퍼스트’ 전용 84.98㎡는 최근 10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져 올해 초 대비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반면 동일 평형 전셋값은 올 1월 5억2000만원 수준에서 9월 약 5억5000여만원으로 3000만원 가량 오르는데 그쳐 매매가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서울 전세가율이 70% 수준이었던 2016~2017년에는 전세세입자들이 아파트 매입에 나서면서 갭투자가 동시에 호황을 누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전세가율도 낮아졌고 정부의 각종 대출 및 청약 규제 등 부동산 정책적 문제로 갭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서울 전세가율 하락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셋값이 오르지 못하고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지만 상승폭이 최근 집값 급등을 위협하는 수준의 ‘전세난’을 야기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팀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먼저 실수요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될지 전세가가 바닥을 다지며 가격 하한선을 높아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강동구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몰려있는 만큼 당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와 청약 규제 등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에 더해 ‘똘똘한 한 채’ 트랜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새 아파트들도 전세가율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입주 1년 이내 새 아파트 전세가율이 2016년 최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서 6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고, 서울(56.84%)은 60%대가 무너졌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38만 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어져 전셋값은 약세를 보인 반면 매매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갭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상황 속 갭투자 수요 감소가 거래량 감소를 일정부분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풍부한 유동자금과 저금리 영향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새 아파트 선호현상과 매물부족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가격 격차가 당분간 벌어져 낮은 전세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