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상륙’ 위기에도 매출 2조… 최양하 한샘 회장 은퇴 선언

입력 2019-10-31 06:01

2014년 글로벌 가구업계 공룡기업인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했다. 국내 가구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위기를 맞은 최양하(사진) 한샘 회장은 이때 승부수를 던졌다. 영업과 시공 역량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확대했다. 또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도 뛰어들어 부엌과 욕실, 창호, 마루 등을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도 만들었다. 최 회장은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집 전체를 한 번에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변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 한샘은 이케아 한국 진출 3년 만인 2017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다.

45세의 나이로 대표이사를 맡은 후 한샘을 최정상 가구 기업으로 성장시킨 최 회장이 은퇴를 선언했다. 한샘은 500대 기업 최장수 전문경영인(CEO)인 최 회장이 1일자로 회장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임기 동안 한샘을 가구업계뿐 아니라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가구업계의 상품 패러다임을 개별 가구 중심에서 공간 중심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 회장은 1979년 대우중공업을 떠나 한샘에 입사했다. 83년 공장장을 거쳐 94년에는 대표이사 전무 자리에 올랐다. 97년에는 사장을 맡아 금융위기로 힘들던 시기 오히려 거실·욕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근무한 25년간 한샘은 매출액 15배, 영업이익은 14배, 시가총액은 무려 50배 올랐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사내 성폭행 문제와 대리점 판촉 비용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잇달아 터지면서 시련을 맞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후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가고 싶은 회사,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쏟았다. 또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모성보호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가정 친화적 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한샘은 최 회장 후임자로 강승수 부회장을 낙점했다. 재무를 책임졌던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실을 총괄적으로 지휘해나갈 예정이다. 평소 “퇴임 후에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내 마지막 역할”이라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하곤 했던 최 회장은 은퇴 후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