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항공 안전사고와 보잉 공포… 안일한 대응은 금물

입력 2019-10-31 04:03 수정 2019-10-31 09:42
항공기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김해발 김포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자동조종장치 이상으로 긴급 회항했다. 당시 비상착륙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내 방송으로 승객 184명은 40여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같은 날 대한항공 비행기는 연료밸브 고장으로 출발이 지연됐고, 이튿날에는 티웨이항공의 이륙 중단 사태도 벌어졌다. 18일에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엔진 시운전 중 화재가 났다. 주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가 도입한 미국 보잉 B737-NG 기종 9대에선 이달 초 동체 균열이 발견됐다. 하늘길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가 최근 연이어 터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항공사의 안전점검 및 정비 소홀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도 제기된다. 12월 동계 성수기를 앞두고 우려가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30일 국내 9개 항공사 경영진과 운항·정비본부장 등을 불러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가졌다. 다음 달 1일부터 항공사에 항공안전감독관을 투입해 조종사 비상대응훈련, 반복고장 발생 기종·부품 정비 등 안전점검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등 안전강화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규정이나 점검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해야 한다. 당국도 안이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 항공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보잉 B737-NG 기종 결함도 큰 문제다. 세계적으로 각국 항공사들이 점검한 1133대 가운데 53대(4.7%)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선 전체 150대 가운데 비행횟수 3만회 이상의 항공기 42대를 우선 점검한 결과 9대(21.4%)에서 결함이 드러나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5대 중 1대꼴이라서 더 심각하다. 이번 회의에선 나머지 108대 조치계획도 논의해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점검하기로 했다. 승객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당연한 결정이다. 운항 재개 여부는 보잉사 기술진이 다음 달 초 방한해 균열이 발견된 항공기를 수리한 뒤에야 결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크고 작은 사고는 항공안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안전불감증이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더욱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