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노릇 교인에게 “잘 들으세요, 꺼질지어다”

입력 2019-10-31 00:07
안호성 울산온양순복음교회 목사가 2008년 7월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안 목사는 2004년 교회를 개척했다.

“벌써 어떤 분이 다 정산하셨어요. 내일 바로 퇴원하시면 됩니다.” “예? 누가 병원비를 계산했다고요?” “네, 그분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며 병원비를 모두 지급하고 가셨어요.”

그 자리에 앉아서 체면이고 뭐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울산 온양에서 시내로 교회를 다니던 한 집사님 부부가 어느 날 주일 저녁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계속 저녁마다 말씀의 은혜를 받고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병원비를 내줬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님을 의심치 말고 살자. 더욱 감사하면서 살자. 믿음을 더욱 굳게 잡자!’

그 뒤로 가끔 그 병원 원무과에 간다. 입원비를 못 내서 어렵고 힘든 가정이 있는지 물어보고 만약 있다면 묻지마 계산을 한다. 은혜는 물에 새기지 말고 돌에 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안드레는 무사히 우리 가정에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그 기간은 혹독한 광야 기간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모든 것을 오로지 주님만 의지하며 지냈던 시기다.

물질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4년의 훈련이 지나자 하나님께서 성도를 하나둘씩 보내주시기 시작했다. 예배당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재정도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넘치게 모였다.

목회를 하다 보면 제일 무서운 성도가 있다. 목사의 피멍 든 가슴에 또다시 피멍을 들게 하는 성도다. 목사가 가장 아플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성도들이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나갈 때다.

이사나 직장, 기타 문제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회를 떠나갈 때 피멍 든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내고 떠났다.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다. 이렇게 목회하다가 죽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나아가면 한결같은 말씀을 주셨다. “원망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축복해주고 보내주라.”

초창기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는 다른 교회에 다니다가 오는 분들이 많았다. 희한한 사실은 이렇게 온 분들이 잘 떠난다는 것이었다. 병원 같은 교회를 꿈꾸라고 하시더니 내 목회가 환자들이 거쳐 가는 병원 같았다. 잘 치료하면 퇴원하듯 보내줬다. 실망하고 허탈해하는 다른 성도들에게 이렇게 위로했다.

“꼭 환자가 넘쳐야 좋은 병원이 아닙니다. 좋은 병원은 오히려 환자가 잘 치료되어 퇴원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잘 치료받고 퇴원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아무나 받은 것은 아니다. 철저한 원칙이 있었는데, 이전 교회 목회자를 대적하거나 교회를 비방하던 사람은 철저히 회개시키고 돌려보냈다. 교회를 옮겨 다니며 교회 쇼핑하듯 하는 사람들은 절대 받지 않고 따끔하게 충고해줬다.

어느 날 권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울산온양순복음교회가 소문이 났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에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교회를 왜 옮기려고 하세요?”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교회를 옮기는 게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교회에 사랑이 없었고 그전에는 목사님 설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만히 듣고 보니 자신을 고객처럼 대우해 달라는 것이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직장과 직위를 이야기하더니 자신을 과시하고 있었다. 더이상 시간 낭비 할 수 없었다.

“권사님이라고 하셨죠.” “네.” “잘 들으세요. 꺼질지어다.” “예? 꺼, 꺼지라니요.” “출석하시는 교회에 충성을 다하세요. 교회는 나 같은 죄인이 감히 하나님의 은혜로 나아가서 예배드리는 곳이지 내가 나가주는 곳이 아닙니다. 철저히 회개하시고 출석하시는 교회 담임목사님을 잘 섬기고 신앙생활 잘하세요.”

초면인데 너무 심하게 이야기한 것은 맞다. 하지만 교회 출석이 무슨 협상이라도 되는 듯, 선심이나 쓰는듯한 태도로 자신을 대우해달라며 고객 노릇 하는 태도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교회는 성도들의 주식회사가 아니다. 예수님은 사장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예배 대상이 되시는 유일한 분이다. 지금도 나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 노릇 하는 성도들은 교회로 오지 말고 슈퍼마켓으로 가십시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