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을 부당하게 이용해 먹고 있다며 매년 600억 달러(약 70조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한국 등 동맹국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600억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분담금 액수 중 가장 크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 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29일(현지시간) 공개된 회고록 ‘위치 사수: 트럼프 행정부 국방부의 내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인식을 전했다.
스노드그래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주둔 미군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측근들에게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국가에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는지도 질문했다고 한다. 이에 매티스 전 장관 등 외교안보 참모진은 2017년 7월 국방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브리핑을 열고 미국 안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두 나라가 미군을 위해 얼마나 비용을 부담하는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을 듣지도 않고 불만을 쏟아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맺은 무역협정은 범죄나 마찬가지”라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특히 한국을 지목해 “우리를 심하게 학대하는 나라(a major abuser)”라며 “한국과 중국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1월 두 번째로 열린 브리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대가로 미국이 뭘 받아 내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매티스 전 장관이 해외 주둔 미군은 미국 안보를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손해보는 거래”라며 “(한국이) 주한미군을 두는 대가로 1년에 6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