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의학 칼럼] 감정은 관리의 대상이다

입력 2019-10-31 00:08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창세기 4장 7절 말씀이다.

이 말씀으로 ‘감정은 관리의 대상’이라는 주제를 생각해 보자. 사람의 감정은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은 양립한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세는 건 어렵다. 일반적으로 50여개 이상이라고 볼 뿐이다. 그중 나와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도 있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긍정적인 감정도 있다. 공포나 두려움, 분노나 좌절감, 압박감이나 죄책감, 무력감과 외로움 등의 감정은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기쁨이나 즐거움, 사랑스러움과 자신감 등은 긍정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감정을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나눌 수는 없다. 모든 감정에 이유가 있고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나운 개가 달려오는데도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자기 보호도 못 하는 것이다.

감정 자체는 상황에 따라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뇌의 작용이다.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기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연성과는 관계없이 자주 불안함을 느끼고 작은 일에도 낙담하거나 우울해진다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이 긍정적이냐, 혹은 부정적이냐에 따라 행복하기도 하고 좌절과 절망의 우울한 세계로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감정은 물질화되는 특징도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과 같은 형태로 표현된다.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면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나온다. 감정의 변화로 사색이 되기도 하고 심장이 뛰기도 한다. 근심과 걱정이 많으면 소화가 안 되고 호흡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반대로 기쁨을 느끼면 엔도르핀이 증가해 면역력이 증가한다. 사랑하는 감정은 행복함을 부른다. 감정이 물질화돼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감정에 온도 차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쁨의 경우 은근한 기쁨도 있지만 물이 끓듯 100도의 감정으로 터질 것같은 기쁨도 있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미지근하기도 하지만 폭발하기도 한다. 견딜 만한 슬픔이 있고 심장을 녹일 것 같은 극심한 슬픔도 있다.

감정의 온도 차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운전 중 자동차가 끼어들면 불쾌해진다. 사람마다 그 정도는 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데 머물지만, 다른 사람은 분노를 폭발시킨다.

감정의 온도 차는 감정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의 경우 기쁨의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지만, 슬픔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기도 한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는 차가운 사람도 자존심이 상하면 불같이 분노하기도 한다.

감정은 사적으로 소유되지 않고 공적으로 소유되는 특징도 있다. 나의 감정이든, 타인의 감정이든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감정은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말투와 억양, 표정, 대하는 태도나 몸짓에 드러난다.

감추려 해도 눈빛이나 얼굴빛 등 어디엔가 드러난다. 나의 감정이 행복하다면 그 또한 상대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다면 상대방도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하나님은 동생 아벨을 향해 분노하고 있는 카인에게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창4:7)고 했다.

카인은 질투와 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혔다. 분노의 감정이 활화산같이 타올랐다. 하나님은 감정의 온도를 낮추라고 말씀하셨지만, 극에 달할 정도로 분노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동생을 돌로 쳤다. 감정은 관리의 대상이다. 경영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감정은 선함도 아니고 악함도 아니다. 관리만 잘하면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관리하지 못하면 악한 것으로 드러난다. 감정이 일어날 때는 앞선 특징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의 특징을 기준으로 개인의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이창우 박사(선한목자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