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재점화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배지 욕심” “밥그릇 본색”이라며 정의당을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현 의원 정수 300명 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당론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에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예견된 대립인데도 여야가 타협을 미루다가 총선이 가까워지자 정쟁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여야가 의원 정수 확대 논의에 외견상 소극적인 이유는 여론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심 대표는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하자”고 했다. 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 폐지, 의원 정수 30명 축소를 주장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세비 총액만 동결하면 추가적인 국민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인가. 의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세비만이 아니다”며 “온갖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 따라가야만 하고,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해서는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의원 정수 확대 논의에 불을 지핀 데는 정당득표율이 반영되는 비례대표 수를 늘려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얻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공조하면서 정수 조정 없이 야당을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를 했던 야3당을 잘 설득하면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 통폐합으로 불리해지는 의원들이 있어 선거법 개정안 처리 표결 때 이탈 표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법안을 선거법 개정안과 연계해 처리해야 협상 여지가 생긴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선거법을 순순히 합의해줄 경우 검찰 개혁 법안을 논의 테이블로 가져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검찰 개혁 법안을 29일 본회의에 부의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 법안과 관련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기간이 오늘로 종료된 것으로 보고 내일부터 부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내일 부의는 불법임을 명확히 말씀드렸다. 안 그래도 패스트트랙의 모든 절차가 불법과 무효로 점철돼 있는데, 불법적인 부의에 대해선 할 수 없이 법적인 검토를 거쳐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결국 총선을 눈앞에 두고서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식으로 여야가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실적으로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를 28석(현 253석에서 225석으로 감소)이나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47명에서 75명으로 늘려 총 의석수는 330석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지도부가 이미 물밑 논의를 마쳤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