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막판 고심 끝 ‘이낙연·아베 회담’ 당초 10분보다 11분 연장

입력 2019-10-28 18:41 수정 2019-10-28 21:27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881일 재임) 총리 기록을 세운 28일 밝은 표정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총리는 거취에 대한 질문에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 있는 것도 흉할 것이고, 제멋대로여서 사달을 일으키는 것도 총리다운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지훈 기자

일본 정부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 시간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당초 계획(10분)보다 11분 늘려 진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번 회담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우리 측 의견이 전달됐고, 일본도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해 회담 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28일 “한국 학자들과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가 이 총리의 방일을 며칠 앞두고 회담 시간을 비롯해 양국 현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일본 측 당국자가 이 총리 방일에 앞서 우리 측 분위기를 살피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정부 대표로 일왕 즉위식 참석차 지난 22일 방일한 이 총리는 24일 오전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회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예정된 1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당시까지 회담 시간을 10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측 학자가 ‘일본 정부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서 회담을 고작 10분만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하자 이 당국자는 “회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한·일 갈등의 근원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회담 시간을 늘리는 게 무의미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우리 측 학자가 ‘회담 시간을 늘려야 일본도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고, 이에 일본 당국자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일본 내부 보고 채널을 통해 의견이 전달됐고, 결국 양국 총리 회담은 계획된 10분을 훌쩍 넘어 21분간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이 만남을 당초 ‘면담’으로 표현하려다 ‘회담’으로 격상해 표기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 참석해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약간의 변화 기미가 엿보이는 것도 있었다”며 방일 성과를 보고했다. 이 총리는 또 지난 25일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방일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이라기보다 조용히 들으셨고 저에게 일본과의 소통을 계속해 달라는 분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