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중앙위 일꾼들, 나와 손발 못맞춰” 질책

입력 2019-10-28 00:00 수정 2019-10-28 04: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묘향산의료기구공장 현지지도 현장에서 의료기기에 앉아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한 화면이다. 김 위원장은 시공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대책을 세우지 않고 가만히 앉아 구경만 했다고 질책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크게 질책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최근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다.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종료되는 2020년이 다가오면서 김 위원장이 성과에 안달하는 모습이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새로 개건하고 있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공장의 면모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어 김 위원장이 일부 결함 등을 이유로 당 관계자들을 질책한 사실을 전하는 데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당에서 구상한 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결함도 있다. 외부 벽체 타일면의 평탄도가 보장되지 않고 미장면이 고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어째서 (마감 공사를 위한) 기능공 노력(勞力·노동력)을 추가 동원시키는 문제까지 내가 현지에 나와 직접 요해(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일들을 무책임하게 하고 앉아 있는가”라며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경제 성과와 관련해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끝나는 해인 2020년이 코앞에 왔는데, 주민들에게 보일 결과물이 마땅치 않자 당 관계자들을 다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도 당 창건일은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0또는 5로 꺾어지는 해)인 터라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달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큰 피해를 본 데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확산되면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도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우회적으로 답답한 자신의 속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지도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함께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