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꼬리표에도 탄탄한 시청층 덕분에 시청률 30%는 거뜬하던 KBS 2TV 주말극의 시청률이 1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26일 고작 시청률이 13.6%에 머무른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 얘기다. 사풀인풀의 부진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좇을 수밖에 없는 KBS 주말극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8일 처음 방송된 사풀인풀은 첫 회부터 강렬한 소재로 첫발을 뗐다. ‘청소년 동반 자살’ 에피소드였다. 방송에서는 과거 왕따였던 주인공 청아(설인아)가 유라(나영희)의 아들 준겸(진호)을 만나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밝은 인물들 위주의 기존 주말극과는 다른 콘셉트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키스 먼저 할까요?’(SBS) 등 수작을 선보인 배유미 작가답지 않은 느린 전개도 입길에 오르내렸다. 가령 8회가량의 방송분은 준겸의 사망과 관련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20% 초반에 머물던 시청률이 더 떨어지면서 자극적 전개에 대한 유혹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요소들이 적지 않다. 진우(오민석)의 불륜이나 이를 두고 벌어지는 고부갈등이 극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유라의 또 다른 아들 준휘(김재영)와 청아가 로맨스를 이루게 되면서 벌어질 또 다른 고부갈등도 예고되고 있다.
최근 KBS 주말극은 참신한 소재로 시작했으면서도 흔들리다가 이내 신파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전작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도 육아 등의 문제를 다룬 풍자적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후반부엔 결국 출생의 비밀을 꺼내 들었다. 사풀인풀 한준서 감독도 “주말극이 과장된 소재를 사용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보나’라는 딜레마도 있다”며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을 보여드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KBS 주말극이 신파를 버리지 못하면서도, 막장은 피해가고픈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쳐있는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지상파가 재정적으로 압박이 큰 상황이다 보니 모험을 하긴 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으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게 콘텐츠 시장의 현실”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