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철거명령서’ 받아든 정부… 개별관광 허용 검토

입력 2019-10-28 04:03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일대 모습. 최근 북한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를 받은 정부는 ‘창의적인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철거명령서’를 받아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금강산 지역에 대한 개별관광 허용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외적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27일 정부 내에서는 남측 주민의 금강산 등 북한 일부 지역에 대한 개별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관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도 우리 주민이 금강산 지역을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또 현대아산을 통해 대규모로 금강산을 방문하고, 관광비를 북측에 전달하던 기존 방식이 아니라면 대북 제재상 ‘벌크캐시‘(현금 다발) 조항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금강산 내 숙박시설인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은 북한 소유여서 북측이 이를 활용해 우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역시 현대아산과의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며, 대가를 지급하는 기존 방식을 되풀이하기는 어렵다”고 한 것도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개별관광 목적의 방북을 승인해도 금강산 관광이 당장 재개되기는 어렵다. 먼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을 촉발한 박왕자씨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신변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했지만 국내의 비판적 여론과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또 육로로 금강산을 방문할 경우 유엔군사령부로부터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승인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유엔사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을 군사적·비군사적으로 나눠 비군사적인 경우는 허가가 쉽게 날 수 있도록 협의할 방침이지만, 유엔사가 이에 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협상 전략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도 “남북, 한·미 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DMZ 출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중국이나 유럽의 여행사를 통해야 한다. 정부의 방북 승인만 받는다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다. 하지만 제3국 경유는 비용과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제3국을 경유한다면 1년에 1000명도 가기 쉽지 않은데, 이를 북한이 수용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2011년 이후 북한 방문 경험자에게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키로 한 것 역시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원산에서 마식령, 금강산을 잇는 대규모 관광단지를 직접 운영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한국 관광객 없이는 운영이 어려워 한국 정부나 기업과 함께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역시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금지한 2017년 9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에 막혀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결국 앞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에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