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이탈 걱정에… 은행들, 예금금리 인하 ‘눈치싸움’

입력 2019-10-28 04:10

시중은행들이 이르면 이번 주에 예금금리를 내린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낮춘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내년부터 시행될 신(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대비해 예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비용 절감’만 생각해 예금금리를 낮추면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고정형(혼합형·5년 고정후 변동금리) 금리는 오름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자 예·적금 상품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에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이달 말까지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수익성을 좀 더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라 구체적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은행 영업에서 ‘비용’이다. 금리에 따라 고객에게 지불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달라진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들은 발빠르게 수신금리를 인하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정해지기도 전에 시장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어느 때보다 ‘고객 이탈’이 두려워져서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은행에 돈을 맡긴다. 여기에다 오는 30일 은행 간 플랫폼 벽을 허무는 ‘오픈 뱅킹’도 시범 운영된다. 비용만 생각했다가는 고객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신 예대율 규제도 변수다. 현금 보유량은 늘리되 예대율 산정 시 15%의 가중치가 붙는 가계대출은 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오름세다. KB국민은행(2.46~3.96%)과 신한은행(2.86~3.87%)은 각각 지난주보다 0.04% 포인트, 0.09% 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2.71~3.71%)과 NH농협은행(2.86~3.97%)도 각각 0.08% 포인트, 0.09% 포인트 인상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AAA 등급 5년물 금리가 반등해서다. 지난 8월 16일 1.301%로 바닥을 찍고 이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지난 25일엔 1.741%로 마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당장 내려야 할 정도로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지는 않다”면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존 우대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