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의향 있다면 北도 새로운 계산법으로 임해야

입력 2019-10-28 04:03
북한이 거듭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라인에서 제외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내세웠다. 북한은 27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 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를 통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미국에 요구한 게 사흘 전이다. 잇따른 북한의 대미 압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올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별다른 협상의 진전이 없는 데 대한 초조함의 발로로 보인다.

내년은 김 위원장에게 특별한 해다. 당 창건 75주년이자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는 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당 대회 때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0년에 그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장담했었다. 국방분야에선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 등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경제 성과와 인민생활 향상 측면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가 계속되는 한 어려움에 처한 북한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내년에 북한 주민에게 경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연이은 대미 압박은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설 명분을 달라는 신호다. 북한은 김계관, 김영철 담화를 통해 대북 강경책을 주장한 미국 고위관리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로 뒀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로 더 이상 대화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결론 내렸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대화 결렬을 먼저 선언한 쪽은 북한이다.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면 북한도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아야 한다. 자신은 케케묵은 계산법을 고수하면서 상대에게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남북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측 동의 없이 금강산 관광 시설에 손을 대거나 비핵화 협상을 걷어차는 등 북한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