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쓴 돈의 실제 용처가 회사 위한 것이면 횡령 아닐 수도

입력 2019-10-29 19:31
그림=안세희 화백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청 곽준호 변호사입니다. 언론에서 대표이사 등 회사 경영진이 회삿돈을 개인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삿돈으로 고가의 차량을 리스하여 이용한다는 것은 언론의 단골 메뉴입니다. 최근 우리 사무실에서는 회삿돈으로 임원들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횡령죄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습니다.

검사는 회사의 임원인 피고인들이 회삿돈으로 개인 형사 재판에 대응하는 변호사 비용을 사용한 것이 횡령이라고 주장하였고, 저희는 임원들이 변호사 비용을 쓴 것은 맞지만 회사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사용한 것이므로 결국은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이어서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재판부는 저희 주장을 들어주셨고 전부 무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회사에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의뢰인이 소송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기 때문에 회사 비용으로 대표자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은 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그것이 외견상으로는 임원 개인을 위해 쓴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사용의 실질적인 목적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면 횡령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오너들이 회사 자금을 단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 당연하며 이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간혹 이것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쓴 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위해서 쓴 것인지가 조금 불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형 상장회사가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 개인의 퍼포먼스에 회사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형식적으로는 주식회사이거나 여러 명의 임원을 두고 있지만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의 대부분을 관여하고 개인적인 능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1인 회사에 가까운 경우에는 더욱 그 잣대가 불분명해집니다.

오너들의 무분별한 회사 자금 사용은 회사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반드시 규제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별적인 경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회삿돈을 단 한 푼도 대표이사 오너를 위해서는 쓰지 못한다고 칼같이 자르기만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무조건적으로 회사 자금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막아버리면 회사의 영업이 위축되고 오히려 회사 운영에 악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부분만 강조하여 오너가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따져서 현명하게 회사 자금을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법률사무소 ‘청’ 대표 곽준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