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자료를 읽으며 손으로 정리한 뒤, 디지털로 옮겨 쓰면 좋습니다. 이어령 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디지로그’인 거죠.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다 해야 합니다. 물론 연필을 고수하는 김훈, 앉은뱅이책상의 조정래와 같은 분도 있긴 합니다. 설교 본문은 나중에 컴퓨터로 작성하더라도, 설교 개요를 짜거나 자료조사를 할 땐 손으로 메모를 남기며 써보는 게 좋습니다. 책 한 권 분량의 메모가 있어야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겁니다.”
로고스서원 대표 김기현 목사의 설명에 젊은 목회자들의 눈이 빛났다. 김 목사는 22일 서울 성동구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에서 10월 아카데미 강좌 설교 쓰기 워크숍의 강사로 나섰다. ‘목회자,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15일 첫 번째 강의가 있었고 이날은 두 번째였다. 김 목사는 부산 로고스교회를 이끄는 동시에 로고스서원에서 1년 과정의 글쓰기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글쓰는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14권의 저술이 있으며 다음 달엔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이 새로 나온다.
“우리나라 직업 가운데 가장 글을 많이 쓰는 직업이 뭘까요. 기자? 변호사? 소설가? 이들보다 더 많이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 설교자입니다. 50분짜리 주일 오전 예배 설교만 해도 A4 용지 5~7장의 원고가 필요한데, 이는 200자 원고지 최소 50매 분량이고 1년이면 2500매가 넘습니다. 단행본 3권이 나올 분량입니다. 압도적으로 많은 글을 써야 하는데 목회자들이 사실 글 쓰는 법을 배울 기회가 적습니다. 글로써 설교문을 80%까지 완성하고 나머지 20%는 성령의 이끄심으로 설교해야 100점짜리 설교가 됩니다.”
김 목사의 강의엔 글쓰기 관련 아포리즘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문장이 아니고 문단을 잘 쓰는 이다’ ‘첫 줄에 모든 걸 바쳐라’ ‘신학생을 위한 1-10-100,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읽고 동아리에서 10명의 친구를 얻고 강의실에서 1명의 멘토를 만나라’ ‘설교자를 위한 1-1-1, 성경 66권 중 1권, 주제 1개, 좋아하는 작가 1명으로 시작하라’….
읽어봐서 뜻이 통하면 접속사를 빼라거나 개요를 작성할 땐 말씀의 적용 ‘그래서 어쩌라고?’에 항상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요한복음처럼 예수님의 생명을 증언하고 표현하며 읽는 이들도 동참하게 만드는 그리스도인의 글쓰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