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장’이란 우물에서 나와 ‘교회다움’을 성찰할 때

입력 2019-10-24 00:04
김두현 21C목회연구소장이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2020목회계획 콘퍼런스’에서 한국교회 미래목회를 전망하고 있다.

21C목회연구소가 세워진 지 만 20년이 됐다. 연구소를 이끌면서 마음에 항상 품은 것은 비전과 희망이다. 연구소를 시작할 무렵 한국교회는 서서히 쇠퇴기에 접어드는 초기였기 때문에 스스로 부담감을 갖게 됐다. 특히 21세기라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광야를 향한다는 것이 마치 철의 장막 앞에 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한국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2019년 지금보다 1999년 연구소를 시작할 때가 목회 열정이 더 강렬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21C목회연구소 첫 세미나는 당시 가장 활발한 기독교 모임의 중심지였던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했다. 홍보나 광고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350여명의 목회자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 열기를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많은 목회자가 후속 모임을 시작하자고 요청해 1기 목회 클래스가 그다음 주에 바로 시작됐다.

비좁은 경기도 성남의 연구소 지하 강의실은 앉을 자리도 없이 꽉 들어찼다. 2~3년이 지나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반씩 10개 모임으로 발전했다.

한 반에 목사만 100명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오늘날 매주 목회를 위해 700~800명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그런 분위기가 가능할까. 순수하게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기 위한 세미나, 혹은 콘퍼런스에 전국적으로 평균 200~300명의 목회자를 모을 수 있을까. 현장에서 20년 넘도록 목회자 전문 사역을 하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이처럼 극도로 목회 열정을 상실한 목회자들을 경험한 적이 없다.

목회자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목회자들이 교회 성장의 전성기인 1970년에서 2000년 사이의 사고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21세기 이전 상태에 있다.

결국 목회자들의 의식과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예배와 설교, 기도와 프로그램에서 교회마다 약간 차이가 보인다면 타이틀이나 이벤트의 용어가 다를 뿐 형식이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현대 교회와 사람들은 21세기의 20년을 보냈다. 얼마 후면 2020년이 다가온다. 한 세기의 5분의 1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총체적으로 성장(growth)이란 올무를 벗지 못하고 있다.

사람 숫자, 건물, 예산, 사업, 프로그램, 행사라는 양적 집착에서 모든 것을 바르게 만드는 질적 가치로 전환해야 하는데 아직도 90년대 목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 길이 먼데 대부분의 교회가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교회마다 주요한 지표들이 말해주듯 ‘3저 3고’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출석수 감소, 새신자 감소, 재정 감소는 점점 동력 악화의 길로 가고 있다. 교회이탈자 증가, 고령화 증가, 일하지 않는 직분자 증가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교회의 생존마저 위협할 상황이 됐다.

목회연구소를 시작할 때 방법론이나 프로그램에 치중하지 않기 위해 스쿨링 시스템(schooling system)을 도입했다. 세미나 중심이 아닌 탐구 중심으로 1~3년 코스로 매주 목회자들이 모여 직접 목회방안을 고민하고 탐구하고 나누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당시는 한국교회에 마치 유행처럼 세미나 열풍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몇몇 세미나는 목회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너도나도 그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을 마치 현대 목회인 양 받아들이며 목회 돌파구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목회에는 물론 아이디어나 정보,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일례로 미국 수정교회의 로버트 슐러 목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목회자로 추앙받았다. 방송뿐 아니라 수십 권의 자기계발 저서, 적극적 사고방식 이론과 화려한 시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교회를 매료시켰다. 그의 설교 프로그램인 ‘권능의 시간’(Hour of Power)은 무려 130만명이 시청했다. 그런데도 그 교회는 20세기와 함께 그 이름마저 사라져 버렸다.

교회는 본질이 중요하고 목회는 정체성이 중요하다. 교회의 방향성은 방법론과 문제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로 교회 되게 하는 데 있다. 그래서 20년 동안 목사들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목요일 연구소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탐구하고 나누는 것이다. 교회의 영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이 말씀하신 교회(마 16:18)를 깊이 인식하고 탐구하는 시간이다. 지금은 이것저것 목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찾을 때가 아니다. 목회자가 교회를 세우기 위해 진지하게 자신의 시간과 몸을 바쳐야 할 시간이다.


김두현 목사 약력=침례신학대 졸, 영국 엑스터대 교육학 박사과정 수료, 현 21C목회연구소 소장, 월간 아름다운사람 대표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