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민간 경제 활력을 위한 건설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 상태에서 열렸다.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고, 긴급하다는 청와대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개별 산업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을 챙기겠다는 의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45분간 회의를 열고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우리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런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민간의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투자’라는 단어를 10번이나 반복하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건설 투자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데에는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 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복지는 확대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산유발 효과가 큰 건설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부는 SOC 예산을 올해보다 13% 늘린 22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정상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로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게 되는데 가장 성과를 내야 할 분야가 경제”라며 “문 대통령이 경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직접 다른 장관들을 부른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긴급 회의를 연 것은 최근 경제성장률 급락과 저물가, 수출과 투자 부진 등 경제위기 우려가 나오면서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크게 낮췄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보다 0.6% 포인트 낮춘 2.2%로 전망했다.
회의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최근 고용 동향과 주52시간 근무제 현장 안착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과 40대, 제조업 고용 확대 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중소기업에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데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