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30년 전 화성 초등생도 살해” 자백… 시신조차 못 찾았다

입력 2019-10-16 04:05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에는 30년 전 하굣길에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실종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아버지가 두 차례나 수사를 요청했으나 묵살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수사본부는 15일 이춘재가 스스로 털어놓은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30년 전 화성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실종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3건이 더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춘재는 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 김모(당시 8세)양이 실종된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자백했다. 김양은 사건 당일 낮 12시30분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사라져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 해 12월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나갔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이 인근에서 발견되자, 김양 아버지가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단순 실종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런 사실은 1년 뒤 김양 흔적이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30여m 떨어진 곳에서 여중생이 살해된 화성 9차 사건이 발생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이춘재를 용의선상에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며, 이 진술의 신빙성을 상세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앞선 화성 8차 사건 자백 때처럼 범행 장소와 시신유기 장소 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 수법 또한 화성 사건의 ‘시그니처’(범인 고유의 범행 특징)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사건 피해자들처럼 목을 졸라 살해했고 재갈을 물린 상태에서 속옷으로 손발을 묶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고 있지만, 화성 지역이 도시개발로 인해 크게 바뀌어 장소 확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신 발견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87년 12월 24일 피해자가 어머니와 다투고 외출한 뒤 실종됐다가 열흘가량 뒤인 88년 1월 4일 수원에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