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플은 비열한 언어 폭력, 고강도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9-10-16 04:05
가수 겸 배우 설리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악성 댓글(악플)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리가 악플로 인한 고통과 우울증을 호소해 왔고 평소 심경이 담긴 메모가 발견된 정황으로 짐작건대 악플이 그의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도가 지나친 악플 문화에도 일말의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는 이 순간에도 악플이 쉴새없이 올라오고 있다. 공격의 대상은 연예인, 정치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악플은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비수가 돼 꽂힌다. 대중의 평판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나, 감정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는 특히 더 큰 고통이자 스트레스일 것이다. 설리도 악플로 인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악플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보호받아야 할 정상적인 의사표현이 아니다. 익명의 뒤에 숨어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비열하고 비겁한 언어 폭력이자 범죄다. 대수롭지 않게 올린 댓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끈을 놓아 버리게 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악플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남들의 이목이 있고 상대가 곧장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놓고 비난하기 어렵지만 익명이 보장되고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쉬운 온라인상에서는 악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플(선한 댓글)달기운동이 있지만 악플러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다 진전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악플이 명백한 범죄이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도가 지나치고 상습적인 악플에 대해서는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단속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처벌 사례가 쌓이고 알려져야 인식이 바뀔 수 있다. 포털이나 사이트 운영자의 댓글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이버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만큼 더 많은 논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악플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