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지난 12일 다시 소환조사했다. 지난 3일 첫 소환에 이어 네 번째다. 검찰은 추가 소환 여부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 차례 추가 소환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3일 새벽 1시50분까지 17시간 가까이 조사를 진행했다. 실제 조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8시간40분가량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졌고, 정 교수 변호인이 심야 열람을 신청해 자정을 넘겨 전체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선 조사에서 정 교수가 건강을 이유로 일찍 귀가하거나 조서 열람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여전히 조사할 내용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일단 한 차례 정도 정 교수를 추가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증거인멸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난 만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거인멸 우려는 영장전담판사의 영장 발부 또는 기각할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잣대다.
하지만 변수는 정 교수의 ‘건강 상태’다. 정 교수는 이미 조사과정에서 여러 번 건강이상을 호소했고, 입원도 했었다. 여기에 법원이 최근 조 장관 동생인 조모씨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그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을 경우 법원이 이번에도 건강 상태를 감안해 이를 기각하면 검찰로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 교수 조사는 지난 3일과 5일, 8일, 12일까지 열흘 새 네 차례 이뤄졌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선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 컴퓨터의 행방에 대해서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정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가 정 교수에게 노트북을 전달했다는 김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정 교수 측은 재판 개시 절차인 공판준비기일(18일)을 연기해 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 “재판 연기 의도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정 교수 측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증거 복사가 안 된 상태에서는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더라도 할 게 없다”며 “재판부가 번거롭지 않도록 배려 차원에서 낸 서면”이라고 말했다. 기록 복사 신청을 냈는데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준비기일이 열려 봐야 법원, 검찰, 변호인단 등이 헛수고일 것이라서 기일 연기를 신청한 것이며 수사 또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취지다.
정 교수 측은 “재판은 검찰의 기록을 보고 저희가 방어하는 절차”라며 기일이 열려봐야 공전할 것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피하려던 의도였다고 했다. 검찰의 카드를 파악하기 이전까지는 재판에 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정 교수 측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검찰 수사기록 미제공에 따라 방어권이 없고, 재판에서 주장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조계는 공판준비기일 자체에 대한 연기 요청을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