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5일 예정된 북 미 실무협상을 사흘 앞둔 시점이다. SLBM은 그동안 북한이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위협적인 무기다. 북한이 미국을 압박해 협상에서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벼랑 끝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칫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에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전 7시11분쯤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미확인)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며,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사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추가 정밀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미사일 발사 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청와대는 회의 후 “북한이 SL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가 분석 중”이라며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SLBM 추정 미사일 발사는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협상 개시를 발표한 지 13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최 제1부상이 전날 오후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북·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뒤 이튿날 아침 바로 미국에 위협적인 SLBM 추정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실무협상을 앞두고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랜 기싸움 끝에 열리는 실무협상에서 납득할 만한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이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도발의 길로 나갈 수 있다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협상을 앞두고 레버리지(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날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비난해온 F-35A 스텔스 전투기가 공개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북한의 SLBM 추정 미사일 발사가 대화의 ‘판’을 깰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NSC는 SLBM 추정 발사에 대해 우려를 밝히면서도 북·미 협상의 성공 개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큰 문제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달리 수중 발사가 가능한 SLBM은 탐지나 추적이 어렵고 요격도 쉽지 않아 훨씬 더 위협적이다. 특히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어 미국으로선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미국은 일단 ‘도발 자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