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림수… 도발에 보상이 따를 거라고 생각하면 北의 판단 착오
북한이 2일 오전 강원도 원산 북동쪽 17㎞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 들어 벌써 11번째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다. 미사일은 최대 고도 약 910㎞로 고각발사돼 동쪽으로 450여㎞를 비행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우리 군 판단대로 이 미사일이 SLBM이라면 지난 열 번의 미사일 발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직전까지 발사한 미사일은 모두 단거리미사일로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도 미사일은 누구나 다 발사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이유다. 우리 정부가 ‘미사일’이란 표현 대신 굳이 ‘발사체’란 용어를 고집한 것도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오는 5일로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자행된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 양국의 배려와 호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SL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다.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봐야 북한에 하등 이로울 게 없다.
탐지가 어려운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위협적인 대량 살상무기로 평가 받는다. 사거리가 ICBM에 비해 훨씬 짧고,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요격이 쉽지 않다. 북한은 2016년 SLBM인 북극성 1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이의 개량형인 북극성 3형으로 추정된다. 3년 만에 SLBM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북극성 3형이 신형 3000t급 잠수함에 탑재된다면 미 본토 전역이 보다 쉽게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게 된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도 한편에선 미사일 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킨 야누스였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진전된 미사일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받아냈다.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물러났고, 바야흐로 새로운 셈법이 테이블 위에 오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도발에 보상이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면 북한의 계산 착오다.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은 알아야 한다.
[사설] 이번엔 SLBM 발사,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입력 2019-10-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