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험 파생상품 은행 판매 제한해야

입력 2019-10-01 04:03
5대 시중은행이 최근 5년간 파생결합상품 판매로만 무려 2조원 가까운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2015년부터 올 8월 초까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이 208조원어치의 파생결합상품 460만건을 팔아 1조9799억원의 판매수수료를 거둬들였다. 판매 대상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해 만든 신탁·펀드 상품 4종이다.

이들 상품은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지난 26일 만기인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선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된 첫 사례까지 나왔다. DLF는 그간 불완전판매 의혹과 투자자 피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렇게 물의를 빚은 DLF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하나·우리은행이다. 두 은행은 지난해부터 4조567억원어치의 DLF를 팔아 397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독일 금리 연계 상품의 경우 대부분 가입금액의 1%가 넘는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은행 측에서 보면 아주 짭짤한 장사를 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상품을 왜 은행에서 파느냐 하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주수익원이었던 예대마진이 축소되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비이자 수익 확대에 열을 올린 탓이다. 은행은 증권사 등과 달리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은행에서 상품을 권하면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은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은행 측은 DLF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가입을 받았다는 게 투자자 측 주장이다. 상품 구조의 복잡성과 예측이 어려운 금리 변동성 때문에 금융전문가가 아닌 은행 직원들이 얼마나 상품 정보를 꿰뚫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DLF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최근 하나·우리은행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DLF 가입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다고 한다. 물론 투자자 본인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으나 은행 측이 실적을 내기 위해 고금리를 미끼로 무리한 영업행위를 했다면 그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규명하고 차제에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