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하고, 주말 사이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여권과 검찰의 충돌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은 문 대통령의 언급을 검찰 개혁을 위한 정면돌파 의지로 평가하지만, 각종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조 장관 일가를 엄호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리스크가 큰 ‘정치적 도박’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지층을 지키려다 자칫 무리수가 돼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국 정국’의 한복판에 문 대통령이 직접 뛰어들면서 임기 반환점을 앞둔 현 정부에서 국론 분열이 극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지난 28일 집회에 대규모 인원이 집결한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여론이 확인됐으니 검찰 자체 개혁뿐 아니라 정부·여당 차원에서도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조 장관 부적격론에 맞서는 검찰 개혁 이슈는 그동안 여당에서 언급해오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직접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촛불집회가 예고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의 신호탄이 됐다.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집회에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지나치게 수사를 질질 끌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미 임명된 장관이 아무런 계기도 없이 어떻게 제 발로 나갈 수 있겠느냐”며 “아내가 구속되는 등의 계기가 있다면 조 장관이 그만둘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검찰 수사가 장관 일가를 털고도 마무리를 못 짓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 “한 치 앞도 전망하기 어렵다” “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로 조 장관까지 직접 연루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온다면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 장관을 임명하고, 조 장관 수사에 ‘절제’를 강조한 문 대통령도 정치적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권이 조국 수호에 나서다가 더 이상 방어하기 힘든 수사 결과가 나올까봐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수사 관련 메시지까지 냈다”며 “조 장관에 대해 문 대통령이 ‘보증’을 한 것과 같은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론 분열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는 응답은 49%, ‘지나치다’는 41%로 조사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