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1월(2.7%→2.6%), 4월(2.6%→2.5%), 7월(2.5%→2.2%) 등 올 들어 세 차례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데, 11월에 또 낮추겠다는 뜻이다. 이미 상당수 국내 경제연구기관이나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성장률을 1% 후반으로 잡고 있다.
이 총재가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게 더 주목된다. 그는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반도체 경기가 회복 시기에 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0.3% 포인트 높은 2.5%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이 늘고 있다. IB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 4일 올해 성장률을 1.8%로, 내년 전망치는 1.6%로 하향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6일 올해 2.0% 성장하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1.8%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무역분쟁, 일본과의 경제 갈등 등 해외 요인을 성장률 하강의 이유로 언급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해외 환경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데 한국이 직면한 경기침체의 심각성이 있다. 기업의 국내 투자가 5분기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해외 투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올 상반기 해외직접투자액은 29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7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1%나 늘었다. 많은 기업들이 경직적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규제 개혁을 외치지만 결국 목소리 큰 집단에 굴복하고 마는 포퓰리즘 정책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기업 운영비용은 치솟고, 기대했던 규제 철폐와 신규 산업 진출이 무산되니 살길을 찾아 줄줄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내쫓기듯 해외로 나가는 판에 고용과 성장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사설]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성장률 전망은 줄줄이 내리고
입력 2019-09-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