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녹취록 탄핵 증거”… 백악관 “대가성 없어” 반박

입력 2019-09-27 04: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기자들을 바라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표정이 여유롭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추진의 도화선이 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녹취록이 2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녹취록은 탄핵 사유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 외압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조사 요청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개된 녹취록은 지난 7월 25일 오전 9시3분부터 33분까지 3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분량은 A4용지 5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바이든이 (그의 아들에 대한) 기소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미국) 법무장관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바이든은 자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고 떠들고 다녔다”며 “당신(젤렌스키 대통령)이 조사할 수 있다면…”이라고 말끝을 맺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라며 “차기 검찰총장이 당신이 말한 회사와 관련 상황을 조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추가 정보를 준다면 도움이 되겠다”고 정보 제공까지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워싱턴에 초청한 데 감사하며 “우리는 진지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생색을 내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미사일 추가 구매 등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미국의 ‘조사 요청과 군사원조 연계’ 의혹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2억5000만 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보류했다가 최근에 지원키로 확정해 대가성 논란이 빚어졌으나 물증은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것이다. 공화당의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는 “전화통화를 보면 어떤 대가도, 법 위반도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방어벽을 쳤다.

이날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외압설과 대가설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없던 통화”라면서 “미국 역사상, 아마도 (세계)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누구도 나를 압박할 수 없다”면서 “나는 독립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압력을 느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이 그것(녹취록)을 읽었겠지만 아무도 내게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외압설을 부인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25일(현지시간)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민주당은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녹취록이 탄핵 필요성을 확신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국의 지원이 간절했던 외국 지도자에 대한 마피아 같은 강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위원장 4명은 “군사원조 보류를 협박했든, 하지 않았든 부정행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외압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