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불교’, 서양 사상을 대표하는 ‘기독교’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에서 도를 깨닫는 순서가 ‘수도에서 득도’의 순이라면 기독교는 반대입니다. 득도에서 수도의 순입니다. 기독교 용어로 말하자면 칭의에서 성화의 순입니다. 다시 말해 도는 깨달았지만 자라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 기독교의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울입니다. 그는 예수 믿는 사람을 쫓으려 다메섹 도시로 달려가던 중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길 되신 예수님, 즉 도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 믿음을 지키고 키우며 자라가면서 살았습니다.
성경 곳곳에 ‘자라남’의 준엄한 명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는 여전히 득도 사상이 강하게 배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그 날, 모든 진리를 다 깨달았고 그저 이를 잊어버리지 않고 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자라남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지혜도, 육신도 자라고 그리고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 사랑받는 성품도 자라는 분이었습니다.(눅 2:52)
그러므로 성도는 자신을 솔직하게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영적 성숙이 멈추어 있고 하루하루 주님을 더욱 닮는 삶이 아니라면 분문에서 베드로가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저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라.”(벧후 3:18)
베드로는 두 가지가 자라나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은혜에서 자라나는 것’이고 둘째는 ‘그분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나라는 것’입니다. 이 둘의 원어는 모두 그리스도께 속한 소유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은혜도 그리스도께 속해 있고, 지식도 그리스도께 속해 있는 소유격입니다. 그런데 이 두 소유격은 차이가 있습니다. ‘은혜’는 주격적 소유격이고, ‘지식’은 목적격적 소유격입니다.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스도께 속한 것이 은혜와 지식이기는 하지만 은혜는 그를 소유하신 예수님께서 직접 베풀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즉 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원은 우리의 노력으로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반면 그를 아는 지식이라는 두 번째 명령은 목적격적 소유격인데 여기서 목적격은 능동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그를 아는 지식이 자라나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요약하자면 ‘값없이 구원과 은혜를 받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는 것이 본문의 정확한 해석입니다.
또한 ‘알다’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노시스’이고 또 하나는 ‘에피그노시스’입니다. 에피그노시스는 ‘완전히 안다’는 뜻이고 그노시스는 ‘알아가다’라는 진행형의 의미가 강합니다. 베드로후서 3장 18절에 나오는 ‘그를 아는’에서 알다는 진행형인 그노시스를 가리킵니다. 노력으로 계속 그리스도를 진행형으로 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고 할 때 그노시스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날마다 퍼즐을 맞추듯 한 조각 한 조각 예수님을 알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주님 앞에 서는 날, 그 그림이 완벽하게 완성되어 전체 그림을 완전히 알게 될 때 에피그노시스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바울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처럼 희미하게 알지만 그때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듯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베드로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고 한 것은 예수님에 대해서 매일 그리스도를 더 가까이하여 더 깊이, 더 많이 알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의 영적 성장판이 활짝 열려서 주 예수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랍니다.
최병락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
◇강남중앙침례교회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의 대표적인 교회입니다. 김충기 원로목사, 피영민 2대 목사에 이어 최병락 담임목사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고 ‘W.O.R.L.D’ 비전을 향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W.O.R.L.D는 예배하는 교회, 소그룹 교회, 돕는 교회, 살리는 교회 그리고 제자 삼는 교회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