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제시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이 북한이 원했던 단계적 비핵화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빅딜 방식의 일괄타결을 고수했으나 유연한 스탠스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23일(현지시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포함한 북한 비핵화 해법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즉각 반색했다. 북한의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미국 측이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뒤 “북쪽에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방법’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첫 단계는 영변 핵시설 폐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이 원하던 것이며 여기에는 제재 완화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 카드를 또다시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며 “미국은 북한의 핵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핵무기 1개 반출’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VOA는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적어도 3년(자신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이 나라(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꼽으며 김 위원장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선 “잘 풀릴 수도,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나는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22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대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NN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꺼낼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이 메시지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형민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