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을 30년이 넘도록 잊지 않고 있던 사람 중엔 김욱준(47·사법연수원 28기·사진) 순천지청장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수원지검에 근무하면서 9번째 사건 살인 압수물을 다시 DNA 감식하자고 제안했다. 김 지청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범인이 해외도피나 사망, 수감, 셋 중 하나의 상태일 거라 예상했다”며 “실제로 (유력 용의자가) 수감 중이라 무척이나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손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지청장은 “흉악범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 대검찰청을 설득했다”며 “법적 처벌 근거가 없는 만큼 범인이 밖에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범인을 찾아도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청장은 13년 전인 2006년 3월 3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범인을 성명불상으로 우선 기소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2006년 4월 2일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김 지청장은 글에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살인 장기미제 사건은 범인 발견 가능성이 있으면 검찰에서 적극 기소하는 것이 맞는다”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 향후 동종 전과자와 유전자 정보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범인을 찾을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재판 시효가 끝나기 전까지 범인을 찾으면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파악되지 않은 피의자를 기소한다는 법적 문제도 있었고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김 지청장은 “2015년에 살인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성명불상자 기소’ 논의는 의미가 없어졌지만 검찰 내부에선 2011년까지도 그런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 지청장은 실제 2005년 ‘단국대 호수 여대생 살인 사건’을 다루며 ‘1년마다 DNA를 대조하고 공소시효 한 달 전에는 성명불상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수사지휘를 내린 경험이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