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17일 전 전사 김기봉 이등중사, 66년 만에 집으로

입력 2019-09-19 20:55
1953년 7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한 김기봉 이등중사의 생전 모습. 국방부 제공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유해 중 1구가 김기봉 이등중사(현재의 병장 계급)로 확인됐다. 김 이등중사는 정전협정 체결을 17일 앞두고 전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견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박재권, 남궁선 이등중사에 이어 세 번째다.

경남 거제에서 4남 중 첫째로 태어난 김 이등중사는 1951년 12월 13일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53년 7월 10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교전 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당시 27세였다. 유해는 지난 6월 13일 사람의 형체를 거의 그대로 갖춘 완전유해 형태로 발견됐다. 탄알이 장전된 M-1 소총과 철모, 참전을 증명하는 문서가 들어 있는 가죽지갑 등이 함께 발굴됐다.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류품. 국방부 제공

슬하에 1남1녀를 뒀던 김 이등중사는 전사한 지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가 사망했을 때 세 살이던 아들 김종규(69)씨는 2009년 거제시 보건소를 찾아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아버지 유해를 찾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김씨 DNA 분석을 통해 김 이등중사의 신원을 지난 18일 확인했다. 김씨는 19일 “아버지를 반드시 찾고 싶었다”며 “아직도 진짜 아버지를 찾은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DMZ에서 아직 수습하지 못한 국군 전사자 유해를 1만여구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는 170여구, 유품은 4만3000여점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