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사회정의·윤리 무너뜨려” 교수 1000여명 시국선언

입력 2019-09-17 04:08

1000명이 넘는 전·현직 대학 교수들이 조국(사진) 법무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해 사회 정의와 윤리를 무너뜨렸다”며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정교모)이 지난 13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한 조 장관 교체 시국선언에는 16일 오후 기준 1000명이 넘게 동참했다.

정교모는 시국선언문에서 “온갖 비리 의혹을 받고 있고 그 부인은 자녀 대학원 입학을 위한 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까지 됐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며 “이번 사태는 특권층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온갖 편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한 후 죄책감도 없이 뻔뻔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은 사회 정의와 윤리를 세우며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며 “장관이 교체되지 않으면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강력한 반대를 행동으로 나타낼 것을 엄중히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대학별 대표 서명자는 조 장관의 모교인 서울대가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서명은 이름과 소속 학과, 연락처를 기재한 뒤 ‘제출하기’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시국선언에 서명한 한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몇몇 교수들이 답답한 마음에 시국선언문을 만들어 웹페이지에 올린 뒤 지인들에게 알렸는데 생각보다 동참하는 교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수 성향의 교수들이 조 장관 교체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정치적 상황을 떠나 대학이 관련됐고 사회 정의가 무너진 일이라 교수들의 분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교모는 오는 1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자유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총학생회는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더 이상 열지는 않겠지만 사퇴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총학 관계자는 “앞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그 가치를 무시해온 조 장관은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장관직을 내려놓고 청년들의 분노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은 전날 총운영위원회를 열어 3차 촛불집회를 끝으로 학생회 주최 집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집회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조 장관 딸(28)의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진 고려대는 4차 집회를 검토 중이다. 고려대 재학생·졸업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19일 오후 8시 교내 중앙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집회를 제안한 글쓴이는 “촛불을 든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입학처는 학생들의 요구에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며 “입시 비리에 침묵하면 사건은 묻히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간 연합집회를 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는 19일 신촌캠퍼스에서 학생들 주도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방극렬 황윤태 기자 extreme@kmib.co.kr